한문으로 된 것도 읽었고 언문으로 된 것도 읽었고 긴 것도 읽었고 필사본도
읽었고 방각본도 읽었고 짧은 것도 읽었고 슬픈 것도 읽었고 유쾌한 것도 읽
었고 남자가 주인공인 이야기도 읽었고 여자가 주인공인 이야기도 읽었고 불
교에 침윤된 이야기도 읽었고 도교에 덮인 이야기도 읽었고 완질인 것도 읽
었고 낙질인 것도 읽었고 전편도 읽었고 속편도 읽었고 대국이 배경인 이야
기도 읽었고 조선이 배경인 이야기도 읽었고 일대에 끝나는 이야기도 읽었고
이대나 삼대로 이어지는 이야기도 읽었고 다시는 읽고 싶지 않은 이야기도
읽었고 필사하여 거듭 읽고 싶은 이야기도 읽었고 꿈에도 읽었고 생시에도
읽었고 세책방에 가서 빌려서도 읽었고 서쾌를 통해 사서도 읽었고 혼자서도
읽었고 여럿이 어울려서도 읽었고 책마다 돌려가며 읽었고 눈만으로도 읽었고 혀와
이와 입술을 놀려 박장구 치듯 장단을 살리면서도 읽었나이다..
-열하광인 상권 71쪽..이라는
이명방이 소설을 평소에 즐겨 읽는 것을 추궁 당하는 대목..p196
이 책은..
나름의 참고서이다..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 길잡이가 되어주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창작의지를 불태움과 동시에 나의 글이 인정 받을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는..
김탁환의 쉐이크..
본인이 그동안 써 왔던 글들을 대부분의 예로 들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설명이 친절하고..
게스트하우스란을 주어 질문함으로써 무언가를 쓰게 만든다..
그 중 하나를 들려줄까?
p184게스트하우스..
'여러분 앞에 애인이 앉아 있습니다. 바로 코앞에서 묘사해 보세요.
열 걸음 떨어져서 묘사해 보세요. 백 걸음 떨어져서 묘사해 보세요.
애인의 모습이 작아지고 흐릿해도 사랑하는 마음을 더 강하게 담는 방법이 있을까요?'
이런 식의 질문이 주어지면 나는 나름 생각을 하는..
이를테면..
'나의 그분은 은애하는 정인입니다. 눈을 보아 마음을 알 수 있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품위를 짐작할 수 있으며 기품있는 손놀림에 제어 당하는..
열걸음 뒤에서 보아도 마음은 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눈을 가늘게 떠 더 확실히 보고자 하는 마음에 더욱 선명하게 잡힙니다..
백걸음 뒤라면 음성은 멀어져 공중에서 흩어지고 모습은 아련히 흐릿해지며 손길은 바람결에 기억으로만 존재할 뿐..
허나 마음은 아직도 그대 코앞입니다..
하지만..
점점 작아지는 그대의 모습 한 점 점으로도 안남을 때..
그 순간.. 그 어느 순간..
다른 점 하나가 내 옆에 다가오나니..
모습이 작아지고 흐릿해져도 사랑하는 마음을 담을 수 있는 것은 백걸음이 마지막인 듯..
나의 마음도 깃털이 되어 날아갑니다..
훠이훠이~~~
하하하..
이런 식으로 며칠을 읽고 쓰며 놀았다..
소설이 아닌 책을 그래도 던져 버리지 않으며 독파한 것은 오로지 김탁환의 글쓰는 솜씨이며..
전달하고자 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이지만 쉬지 않고 흘러가는 것은 나의 능력이다..
진정..
내가 정말로 무언가를 잘~쓰고 싶을 때 다시 한 번 읽어야 겠다..
그러나..
아직은 이명방처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읽어야 할 때이고..^^
영혼을흔드는스토리텔링 쉐이크..김탁환.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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