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手不釋卷

권태..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나..

어렵다..

 

'그렇다..너는 이런저런 이유를 주워대고 있지만 역시 모든 이별의 원인은 권태 때문이야'

p254

'사랑의 기술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 해도 "자연스럽게 헤어지는" 기술이다.'

p356

 

정확하게 500페이지로 딱 떨어지는 이야기 중에 나의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글귀는 딸랑 위의 두 줄뿐이다..

읽는 내내 당혹스럽고 더러 공감이 갈 듯한 문장 앞에 수치스럽고..

그럼에도 책을 놓지 못하고 붙들고 있는 자신이 혐오스러웠지만..

읽었다..

 

훗날 누군가 나의 책 중에 이 책을 집어드는 이가 있다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물론 소설이라는 전제하에 상상력의 자유를 미친 듯 표방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를 어찌 볼까? 가 두려운 책임은 분명하다..

 

대학에 갓 들어갔을 때..

인근 학교 어딘가에 있다는 '장미여관'을 찾아보고자 했던 과거..

(뭐 찾는다고 한 들 그 이후 상황은 상상에도 없었으면서..)

마광수라는..

흡사 누군가가 씹다버린 멸치 같이 생긴 남자 대학교수와 그에 대한 믿을 수 없는 사건들이

머리 속에 질서 없이 떠오른다..

그 즈음에 발표된 그의 최초 소설이라는 점에 다시 한 번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며..

 

어찌 생긴대로만 사람이 살겠는가?

그렇게 생기지 못했으므로 그렇게 생긴 자들이 할 법한 일들을 소설로나마 쓰고자 했음인지도 모를 일이고..

말하다 보니..

측은함이 쓰나미처럼 밀려 오는구만..

쩝..

 

암튼..대단하다..

두꺼운 책 한 권을 비정상적인 행위의 묘사로 꽉 채울 수 있는 작가 정신에.

장인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으리라..ㅎㅎ

 

나는 아직 혈기 왕성한 젊은이다..

하여 한 이십 년후 쯤에나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내가 예전만 못하다고 느끼는 그 순간..

암~~그래야지..

 

 

 

 

권태.마광수장편소설.책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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