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手不釋卷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갑자기 나비가 날아든다. 어디에서 왔는지 왜 이렇게 많은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온 세상이 나비천지..

분명 총천연색이었다..

 

학교 운동장 구석에 있는 정글짐 앞이었다.

모래속에 반짝이는 무엇인가가 보인다.

냉큼 집어보니 반지. 서울대학교를 나오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는 학교반지..

신기하게도 나의 가운데 손가락에 딱 맞는다..

반지를 손가락에 끼고 주먹을 쥐었다..

분명히..

 

임창정을 만났다.

우리가 언제 보았던가? 낯설지 않으며 어색하지 않다..

만나서 뭘했는지는 19금이다..

히히..

분명 만났다..

 

무슨 얘기인가 하겠지?

무슨 얘기인가 하니..

그 동안 꾸었던 기억에 남는 나의 꿈들이다..

 

나비가 나오는 것이 길몽인지 흉몽인지 모르겠으나 잊혀지지 않고,

 

서울대 반지를 떡허니 손가락에 낀 후 난 범준이를 가졌다..

소위 말하는 태몽인가? (서울대에 갔으면 좋겠다..이건 진심으로^^)

 

그날이후 난 임창정의 팬이 되었다.

실제로 본 적은 없으나 난 분명 그와 남이 아닌 것을..

나오는 노래와 영화들을 모두 꿰찼다..

생각해보니 아쉬운 면도 있기는 하지만..(차승원쯤이면 어땠을까? 하는~~)

 

나창균 선생님은 날 좋아한다.

이건 꿈이 아니고 예리한 나의 직감이다.

본인이 아니라고 우긴다면이야 아닌거겠지만,

단 한 번도 그런 종류의 주제로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으나. (아마, 추후에도 없을 것이고)

그냥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왜냐하면..

선생님은 늘 새로 나온 재밌는 책을 내게 안겨주시고, 짧은 시간 독서토론 하는 것을 꽤나 즐거워 하니까..

나 역시..

 

선생님이 괜찮게 읽었다며 최인호의 신작을 빌려주셨다.

화요일에 받아서..

방금 다 읽었으니 확실히 재미는 있다..

그런데..

꼭 꿈을 꾼 것 같은 느낌이 지배적인 것이, 활자를 읽고 페이지를 넘겼거늘 꿈 속을 헤매는냥 기분이 그렇다..

읽은 것인가?  꿈을 꾼 것인가?

나비나, 반지나, 임창정이나, 이 책이나..

똑같네..

 

'자명종은 낯이 익지만 어제까지의 자명종이 아니다.

아내 역시 낯이 익지만 어제까지의 아내가 아니다.

딸아이도 낯이 익지만 어제까지의 딸아이가 아니다.

강아지도 낯이 익지만 어제까지의 강아지가 아니다..'p54

 

제목 그대로 왠지 어법에 맞지 않는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를 굳이 네줄로 요약한다면 옮겨 놓은 글 쯤이 아닐까 하는데..

 

항암치료 중에 원고지에, 만년필로 손톱 발톱을  뽑혀가며 두 달만에 쓴 소설이란다.

놀랍게도..

남의 글을 베끼기만 한다해도 두달 안에 다 쓰지 못할 정도의 분량인데..

정말 대단하다..

 

그러니,

나 역시..

모처럼 길고 긴~~ 독후감을 남겨주는 것이 독자의 자세인 듯 하여..

말이 많았다..

 

사실..

한 일주일 전 쯤에 두달 정도의 공부를 핑계로 앞으로 이곳에 오지 않겠노라 다짐했었다..

글도 써서 올리며 '두달후에 다시 만나면 얼마나 반가울까요? '라는 가식적인 멘트까지..

써 놓고 한시간만에 삭제 했으나 분명 그 한시간 안에 그 글을 본 사람은 있을 터인데..

이 무슨 줏대없는 오락가락인지..하겠지만..

두달 예정의 공부가 탁월한 실력과 비상한 두뇌로 일주일 안에 종료되었다고 믿어달라..

다시..

예전처럼 글 읽고 쓰고, 놀다 쓰고, 수업하다 쓰고 하는 내가 돌아왔다고..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 책을 읽고 두달동안 담고만 있는다면 아마도 병이 나지 않았을까? 라고 자문도 하면서..ㅎㅎ

 

요즘..

이유없이 입이 타서 어느 선생님께 이런 증상이 무엇인가요? 물었더니

'입마름병!" 이라고 간단히 진단해 주신다..물 많이 마시라며..

입은 마르고, 날은 덥고, 시간은 많고..

무얼 할 수 있겠는가?

책이나 읽을 밖에..

 

 

낯익은타인들의도시..최인호.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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