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란 묘한 것이다.
그 껍질을 벗기고 벗기다보면 아무것도 남지 않으니 말이다.
껍질이면서 알맹이고, 알맹이면서 껍질이다.
그 오묘함이나 허망함이 꼭 생과 같지 않더냐.
생의 비밀을 한 꺼풀씩 벗겨나가다보면 궁극에는 텅 빔, 절대 무(無)만 오롯이 남게 되는 법.
사멸의 멍에를 지고 태어난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경지란 고작 거기까지이다.
양파껍질을 벗기며 눈시울을 붉히는 것.
붉히며 손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것.
뼈아프게 확인하는 것....."
(검은태양 중)
일주일 동안 국악원 수업을 하면서 아침마다 일찍 도착해서 틈틈이 읽은 책을 끝냈다.
수업도 끝이나고..
나의 아침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준 책이 고맙다..
읽고 싶던 김경욱의 두번째 소설이기도 하고..
움베르토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패러디한 새로운 형태의 역사소설이자 추리소설이란다..
황금사과..김경욱..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