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장을 덮으며..
가슴이 짠해지는 책을 또 한 권 읽었다..
생각해보니 이 작가의 글들은 항상 그런 기분으로 끝을 냈던 것 같다..
신경숙..
- 그렇게 죽을 것 같은 마음이다가도 또 어떤 줄 알아?
어느 날 우연히 내 눈을 거울에 비춰보다가 언젠가 네가, 네 속눈썹을 세어봤는데 마흔두개야. 했던 말이 생각나면
그 생각 하나로 세상을 다 얻은 듯이 살아가지. 그걸 세어 볼 정도면 너는 틀림없이 나를 사랑한다 여겨지기에.
내가 없을 때 전화가 올까봐 친구를 만나도 한 시간을 같이 못 앉아 있겠고, 영화를 보다가도 돌아와버리곤 하지..
p137
-'너를 만나면 이렇게 좋은데, 나를 들여다보기도 하는데. 뭔가 한가닥 걷어내지고 정신이 들기도 하는데.
너와 헤어지면 나는 네가 꿈만 같구나. 나는 네게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는데 네가 희망을 가질까봐 두렵고.
어쩌다가 내가 네 마음 아프게 하는 데 소질이 있는 사람처럼 되어버렸는지.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이런 것뿐이라니.
답답하다.가자'
p142
-'노선생을 만난 후론 이상하더라구요. 맨 먼저 눈을 뜨면 노선생을 생각하게 돼요. 마치 그때껏 노선생이 내가
잠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생각이 나요. 그러면 시계 전쟁 없이도 금방 정신이 들어요. 신기한 일이예요.
어디서나 노선생 눈이 느껴져서 긴장하게 되고 힘든 일이 생기면 옆에 없어도 의지가 돼요.
그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이전엔 어떻게 나날들을 견뎠을까 싶을 만큼.'
p377
오백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으면서 꾹 눌러 접어 놓은 곳이 세 곳 뿐이라고 해서..
세 번정도 공감하고 세 번만큼 슬펐던 것은 아니다..
시종일관 느껴지는 암울의 기운이 끝내 죽음으로 마무리지어지는 결말에 소설이지만 숙연해지고..
그랬다..
기쁜 사랑이 좋은건가..
너무 기뻐 슬픈 사랑이 맞는건가..
모르겠다..
깊은슬픔.신경숙.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