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手不釋卷

사랑의 기초..

 

오랜만에 달달한 소설 한 권..ㅎㅎ

 

p73- 독서실로 매일 찾아오던 지훈의 발길이 점점 뜸해졌다.

        그가 나타나곤 하던 시간만 되면 민아는 아무것도 못 하고 시계만 보았다.

        약속없이 만나는 관계에서는 기다리는 쪽이 피가 말랐다..

p79- 그들이 만나는 횟수는 점차 줄어들었고 언젠가부터는 더이상 상대의 주말 스케줄을 확인하지 않게 되었다.

        관계가 곧 종말을 맞으리라는 신호였다.

p109- 이 세계에서 기적은 종종 태연한 일상의 방식으로 구현되곤 했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에게 한없이 평범해 보이는 매일의 일상, 그 틈새에 숨겨져 있는 치명적인 운명의 조각들

          을 찾아내는 일은 경이로운 놀이였다. 그 신비롭고 아름다운 우연의 세목들을 하나하나 헤아려보다가 자신들이 마침

          내 지금 여기 함께 있다는 사실은 진실로 기적이 아닐 수 없다고 그들은 감격했다.

p125- 사귄 지 백 일이 지난 커플은 하루에 몇 번 정도 연락을 해야 '정상'일까? 연애의 초심자는 아니었으므로 민아는 연

          락의 횟수가 애정의 척도를 재는 바로미터라는 사실에 흔쾌히 동의하지는 않았다.

          물로 겉으로 그랬다는 말이다.

p192- 그녀가 귀국하는 날까지 보름 남짓 남아있었다. 보름은 전혀 모르던 두 남녀가 몸부림치는 사랑의 환희 속에서 서

          로가 서로의 운명임을 확인하고도 남을 시간이고, 한 때 열렬히 사랑한 적 있던 두 남녀가 처음부터 타인이었던 것처

          럼 냉담해지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p201- 그들의 사랑이 지금 고갈되어가고 있다 해서 사랑한 적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들의 사랑이 비극적 파국에 이르

          렀다는 뜻도 아니다. 이곳은 보기보다 냉정하고 이성적인 세계였다..

p210- 처음 만난 순간에도 헤어지는 순간에도 사람들은 안녕이라고 말한다는 것을 그들은 불현듯 깨달았다. 각자의 길

          을 향해 뒤돌아서, 서로의 뒤통수 반대 방향으로 한 발짝 내디딘 것과 거의 동시였다.

          그것은 불완전한 인간들끼리 나눌 수 있는, 아마도 가장 완벽한 작별인사였다..

 

 

내가 하는 사랑은 아랫것들하고 다르다 -

 

기다리며 투덜거리지 않고, 연락없음에 조급해하지 않고, 치사하게 줄어든 마음을 신호로 처리하지 않고..

지금, 여기 함께 있는 것이 아니어도 의심하지 않으며..

보름만큼의 시간이 열 번을 지나도 추후를 두려워하지 않고..

보기보다 훨씬 더 많이 그대를 믿고..

늘 서로 안녕하기를 바라는..

그런 사랑..

- 고 얘기할 수 있는 그 날이 올까??

언젠가는??

 

 

사랑의기초.정이현.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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