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手不釋卷

쉬운 여자..

'왜 이렇게 책장이 술술 넘어가나 했더니, 대사 빼고는 문장들이 죄 현재형 어미를 가졌다..'

영화감독 박찬욱이 달아준 댓글이다..

생각해보니 그런가 싶다..

그래서 나 역시 이렇게 빨리 술술 읽을 수 있었나..

 

"사실 남을 돕는 일은 돕지 않는 것보다 쉽다.

남을 돕는 일이 어려운 일이란 생각은 막연한 추측일 뿐, 막상 실행에 옮기면 생각보다 쉽다는 걸 알게 된다.

길을 묻는 여행자에게 아는 길을 가르쳐 주는 일은 쉽다.

함께 길을 건너는 노인의 짐을 들어주는 일도 쉽다.

지하철의 좌석을 임산부에게 양보하는 일은 쉽다.

양보해 주기 싫어서 일부러 잠든체 하기가 더 어려운 일이다.

한 번 잠든 체 하면 계속 잠든 체해야 하고, 핸드폰으로 중요한 전화가 와도 받지 못하고,

기침이 나와도 참아야 하고, 코나 귀가 가려워도 긁을 수가 없다.

그랬다간 깨어 있다는 걸 들키게 되고,

그때의 쪽팔림이란 더 감당하기가 어려워 지니까 말이다.."p18

 

책 앞부분에 나오는 이 대사가 이 책의 전부를 말해준다 해도 과장이 아니겠다.

너무 쉬워서 이름조차 易之..나이지가 주인공인 쉬운여자..

지하철 자는 척의 묘사는 물론 조각에 불과하지만..

사랑 앞에서 쉽다는 것이 얼마나 하기 힘든 배려인지..

나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 의심없이 손을 내밀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거룩한 일인지..

즐겁게, 발랄하게..그렇지만 가볍지 않게 써놓았고..

누군가의 말처럼, 그저 차려진 밥상위에 수저만 든 것 처럼..

의심없이 읽어 내려가기에 '술술'이상의 표현은 없으리라..

 

'정의란 무엇인가?'를 펴놓았는데..눈이 자꾸 이 책에 가는 바람에

암튼..오늘 하루 이 책으로 즐거웠다..

누군가..당신은 어려운 사람인가요? 묻는다면..

"왜이래?? 나 쉬운여자야!!" 하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도록 내공을 쌓아보자..

될까 모르겠다만^^

 

 

쉬운여자..박성경..휴먼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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