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이라는 이름 아래 정체불명의 짬뽕 같은 음악들이 넘쳐나는 요즘..
보기 드물게 우리의 것을 재현하는 공연을 보았다.
577년전의 세종과 그의 음악..
"15세기 궁중문화의 화려한 외출"이라는 슬로건이 무색치 않은 규모의 무대.
"회례연"은 정월과 동짓날, 현재의 시무식과 종무식의 개념으로 문무백관이 모두 모여 벌이는 잔치를 일컫는다는데 오늘 그것을 재현하였다.
그리고 그 음악들은..
그간 알고는 있었지만 잊고 있었던 곡들..
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나도 국악전공자인데..'라는..
고등학교때 5월 첫주에 종묘에서 추었던 일무가 얼마나 흥겨운 군무였는지..
세종과 함께 박연, 맹사성등의 인물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
악과 예를 중시했던 그 이상의 것은 필요치 않았던 그 시대가 부러웠다.
왕이 마시는 다섯번의 술에 모든 음악이 바뀌고..
새로이 정비된 악곡들을 보고듣는 행사와 그에 따른 연극적 요소까지 가미된 오늘의 공연..
"기쁘게 누리시옵소서.."
이 음악들을 들으며 이런 대화가 오고 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매한 일인지..
오늘의 음악들은..
빠르지 않다.
절대 경박하지 않으며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그럼에도 즐거워하고 경쾌해한다.
"아으 동동다리.."
늘 불고 있는 潢이 얼마나 대단한 음인지..
국악이론 시간에 그렇게 머리에 넣으려 해도 들어가지 않던 삼분손익법등이 쏙쏙 익혀졌다.
아이들에게 아무리 컴퓨터로 설명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박을 세 번치면 음악이 끝난다는 것을 기억 못한다고 속상해할 것이 무엇인가?
오늘의 공연 한 번이면 모든교과서 속의 국악이론이 끝나는 것을..
마지막 한 잔을 남겨 놓은 시점부터..
또다시 아쉬움과 아이들에게 미안한 맘이 교차한다.
고품격음악감상이란..아마도 오늘의 공연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나도 오늘은 왕이 되어본다.
왕과 같은 라인에서 감상을 하였으니 억지는 아닐것이다.
사는게 빡빡하고..
일이 많아 여유롭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래도 꼭 한 번 시간 내어 보기를 추천한다.
"세종, 하늘의 소리를 듣다."
보다 우아해질 내일의 나를 기대하며 쑥쓰러운 감상을 접는다.
국립국악원..5월1일-5월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