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手不釋卷

상냥한 폭력의 시대..

 

단편모음인지 몰랐는데..

단편모음이었다..

 

짧은 글 하나 중 제목이 책 제목이겠거니 했는데..

그건 또 아니고..

 

 

왜 너는 항상 미리 걱정하지?

문제는 생기기 전에 걱정하는게 아니라 생긴 후에 해결하는 거야.

-p74

 

조금 떨어진 곳에 하나가 더 있었다.

어떤 아이도 사라지지 않았다.

내가 잠시 한눈을 팔아도 세상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단죄가 또 유예되었다는 사실에 나는 안도하고 절망했다.

극적인 파국이 닥치면, 속죄와 구원도 머지않을 텐데.

또다시 살아가기 위하여 나는 바다 쪽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뗐다.

-p97.. 우리 안의 천사

 

알고보면 돼지만큼 깔끔하고 예민한 짐승도 없다는 내용의 그림책을 오래전에 읽었다.

돼지는 먹고 싶지 않은 것은 절대로 먹지 않고, 낮고 습기 찬 곳으로 배변 장소를 지정해둔다.

똥오줌은 가릴 줄 안다는 뜻이다. 또 돼지는 더없이 유순하다.

상대가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아무도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

돼지에게는 죄가 없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돼지는 다른 돼지와 구별되지 않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는 구절이었다.

그것은 나에게 몹시 슬프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p101.. 영영, 여름

 

누구나 죽는다. 언젠가 장의 부고도 받게 될 것이다.

장이 양의 부고를 받는 것이 먼저일 수도 있었다. 최후의 문장이 누구의 것이든 애도는 남아 있는 자의 의무였다.

그녀에겐 여전히 긴 오후가 남아 있었다.

-p160..밤의 대관람차

 

평화롭게 굴러가던 모임이 이성관계로 뒤얽혀 맥없이 무너지곤 하는 경우를 얼마나 여러 번 목격해왔는가!

-p197..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하다.

원망하기 위해서, 욕망하기 위해서, 털어놓기 위해서.

-p216..안나

 

 

다들 다른 제목의 글들임에도 책 제목에 맞춰 움직이는 하나하나의 관절같이 느낌이 맞아 떨어진다..

상냥한 폭력이라니....ㅎ

 

어린이 날을 사전투표와 독서로 마무리 한 나는..

오늘 하루에 있어..

그저 상냥하기만 하였도다...

 

 

 

상냥한폭력의시대.정이현.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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