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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7월 14일..

어제 2010. 7.14일은 나에게 역사적인 날이다..

아니 우리 모녀에게..

이세상에 태어난지 8년하고도 한달 보름만에..

우리 도연이가 혼자 버스를 타고 학교에서 집으로 귀가한 날..

아니..뭐 이런 ..별 것도 아닌 일을..이라고 남들은 말할 수 있겠지만..

학교 출발후 집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실시간 전화를 받으며 맘졸였던 10분간의 시간은 내게 무척이나 길었다..

나이 50쯤에 귀하게 얻은 자식도 아니고..특별히 어디가 모자라 주의를 요망하는 아이도 아니지만..

하차벨은 잘 눌렀을까..사람이 많아 밟히지 않았을까..

여러 걱정이 있었다..

그런데 보란듯이 도착해서 늠름히 숙제까지 하며 앉아 있는 모습은 거의 명화 수준이었고..

도연이가 자랑스럽다..

 

하지만..

사실은..

내가 이렇게 대견하고 기특해 하는 이유에는 또다른 꿍꿍이도 있음을 자백한다..

그동안 항상 나의 발목을 잡았던 도연이의 하교 시간이 해결되었음에..

나는 좀 더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시간을 활용할 수 있으리라는 벅참..

커피 한 잔을 하다가도 학교 끝날 시간이 되면 슈렉의 피오나처럼 변신이 두려운지 뒤도 안돌아보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영화를 봐도 하교 전이어야 하고, 싸우나에서도 언제나 시곗바늘에 눈이 고정이었는데..

이제 그것들로 부터 조금은 여유로워 질 수 있다는 생각에 도연이의 나홀로 하교가 눈물나게 고마운 것이다..

남들은 2학년이면 혼자 하고도 남을 나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지금이라도 이렇게 에미에게 조금의 자유를 안겨준 도연이는 그저 이쁜 아기~~

 

아침에..

버스카드를 흔들며..

이제 별일 아니라는 듯이 "오늘도 혼자 와야해?" 하고 다소 도도하게 묻는 도연이..

"당근이지..이제 너는 매일 혼자 와야해~~"하고  말하는 내 목소리는 어느덧 흥에 겨운 콧소리임을..

도연이도 이해하겠지..

 

다 컸다..

울 도연..

다음 미션은 또 뭐가 될지 오늘 하루 생각해보자..

우리 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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