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자신을 돌아보는 편지..
최상희
2011. 5. 3. 19:09
옛 성현들은 말을 함부로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행동이 말에 미치지 못함을 부끄러워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나는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 벗들과 서로 편지를 주고 받으며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한 일입니다만 부끄러울 뿐입니다.
오랫동안 서로 편지를 나누면서, 편지를 보낸 사람은 아직도 그 내용을 잊지 않고 있는데 나는 벌써 잊은 것이 있습니다.
편지를 보낸 사람과 내가 함께 잊은 것도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아니, 거의 마음을 잡지 않고 산 것이나 다름없으니 두렵기가 그지 없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옛 책장을 뒤져 보았습니다.
벗들이 보내온 편지 중 다행히 보관되어 있는 것을 다시 베껴서 책상에 두고 때때로 펼쳐 보았습니다.
그리고 내 삶을 자주 반성했습니다.
그 사이 편지를 제대로 보관하지 못해 수록하지 못한 것도 있을 것입니다.
하기야 이처럼 편지를 모아서 책을 만든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삶에 충실하지 못한 것을..
1558년(戊午年)단오 다음 날에
늙은이 퇴계 씀..
-자성록 서문..
나의 벗은..
편지가 너무 드문드문인 것이..
삶을 반성하기에..
마이 모자란다..
쩝..